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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파묻힌 너구리가 바보 같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가슴을 쿵쾅거렸다. 문을 닫으며 필사적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리튬을 괴롭힌 동급생이나, 못 본 체한 선생님의 정보는 모두 머릿속에 들어 있다.
하지만 이 남자에게는 전혀 연관될 만한 부분이 없었다.
"네가 리튬을 죽였다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일부러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미안해."
"걔는 자살했어. 내 눈으로 시체를 봤다고. 살인 혐의는 없어."
"그건 맞는데, 자살하게 된 건 내 탓이야."
"･･････뭐라고?"
"화낼 거야? 근데 이미 시효는 지났잖아. 사실 내 친구가 재밌는 극단을 하고 있어. 수종의 원숭이라고 하는데."
겐타는 옆에 끼고 있던 파우치를 열고 구겨진 종이를 꺼냈다. 백안을 하고 있는 원숭이 사진 위에 「극단 수종의 원숭이, 온다!」라고 서툴게 글씨가 쓰여 있었다.
그 극단에 대해 히코보시도 기억이 났다. 노엘의 창백한 얼굴과 그가 남긴 노트가 떠올랐다.
"그 극단이 뭐가 재밌냐면, 멤버 대부분이 심각한 피부병 환자라는 거야. 지렁이 자매라든가, 도마뱀 병에 걸린 신사라든가, 깜짝 놀랄 만한 인간들의 괴기 쇼 같은 느낌이랄까. 난 4년 전까지 쿠즈쿠즈 대학 부속 병원 피부과에서 일했는데, 실력이 꽤 좋다는 소문이 자자했어. 전국에서 온갖 환자들이 내 진료를 받으러 왔었지. 그래서 가끔 극단과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을 발견하면, 몰래 단장에게 소개해줬던 거야. 리튬 씨도 그중 한 명이었지."
겐타가 멀리 보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히코보시는 어떤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너희 집은 아버지가 잡혀가고, 어머니가 몸을 팔아 생계를 이어갔잖아. 가정 형편이 나아질 거라고 리치움 씨에게 제안했더니, 바로 극단 입단을 결정했지. 단장도 좋아했어. 지렁이 소녀는 인기가 많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오래 버티지 못했어. 단장이 좀 난폭한 사람이라서. 자세한 경위는 모르겠지만, 2주 만에 연습을 그만뒀지. 그걸 알고 단장이 당황했어. 그 애가 없어진 게 계기가 되어 다른 멤버들도 따라 나가면 큰일이니까. 그래서 단장은 그녀에게 벌을 주기로 했어. 뭘 했게?"
히코보시는 귀를 막고 춤을 추고 싶었다.
"리튬씨 사진을 학교 주변에 뿌렸어. 근처 중학교 학생들을 매수해서 강간하게 한 거 같아. 이건 너무 심하잖아. 리치움 씨가 손목을 자른 건 그 직후였지."

"아니라고!"
히코보시는 반박하려고 했지만, 그 다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근데 리튬 씨를 강간한 중학생이 인형 같은 미남이었거든. 근처 초등학교까지 팬이 있었다는 거야. 그 애들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지렁이 소녀에게 동경하는 선배를 빼앗긴 셈이지. 그래서 리튬 씨에게 엄청난 괴롭힘을 가했던 모양이야. 아이들은 정말 무서워."
겐타는 마치 와이드쇼 코멘테이터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히코보시의 머릿속에는 지렁이를 입에 문 리치움의 모습이 떠올랐다.
"･･････왜 나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야?"
"그야 당연하지. 그 애 오빠가 경찰이 됐잖아? 나, 흥분돼.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아."
"내가 히후미와 마키오를 죽인 범인이라면, 너도 분명 나를 죽였을 거야."
"아하하. 하지만 그건 아니잖아?"
겐타가 히코보시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내가 경찰이 되어 여고생을 감금한 것이, 이런 놈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다고?

히코보시는 어지럼증에 시달려 정신을 차리는 것조차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