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를 죽이는 100가지 방법/챕터

Chapter 3. 「소녀」 살인사건 - prologue

NeoIn 2025. 1. 1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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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끝장인 것 같아."
아카이 무시타로는 일부러 한숨을 내쉬었다.
마하대학 가와부치 캠퍼스, 교사 뒤편에 조용히 서 있는 동아리 건물 4층. 책장에 둘러싸인 먼지 쌓인 동아리방에서, 서른이 넘은 수척한 남자가 양팔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카즈오가 신발을 벗으며 물었다. 선배에게 불려 이곳 동아리방에 온 참이었다.
"이걸 좀 읽어 봐."
아카이는 숄더백에서 A5 판의 두꺼운 잡지를 꺼내 카즈오에게 건넸다.「소설 포포로」의. 최신호였다. 말미에 있는 페이지를 펼치니  '12월 신간' 코너에 열 권 정도의 짧은 평론이 나란히 놓여 있는 페이지를 펼치라고 했다. 아카이가 가리킨 하단의 글에 눈을 맞췄다.

「흔들흔들 소녀」아카이 무시타로
특촬물을 좋아하는 명탐정 아카이 무시타로가 펼치는 기괴한 살인 사건 시리즈의 두 번째 장편. 범인을 맞추려는 집착은 느껴지지만, 불공정한 묘사가 눈에 띈다. 특촬과 아이돌 요소가 작품에서 이질적이고 어색해 보여 짜증남. 2점 수고하세요.


"읽어봤는데요."
"심하지 않아? 사람이 진지하게 쓴 소설에 2점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카이가 책상을 쾅 치며 아이처럼 소리쳤다.
"어쩔 수 없죠. 서평가도 사람인지라."
"너, 그쪽 편이야? 불공정한 묘사가 어디 있다는 거야!"
"작품에 명시되지 않은 설정이 풀이에 필수적인 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갑자기 괴물이 튀어나오는 것도 이해가 안 가고요. 게다가 아이돌이 실명으로 나오는 건 좀 찝찝했어요."
"찝찝한 건 너 같은 추리 오타쿠 같은 사람이야. 미스터리는 그냥 재미있으면 되는 거지."
"너무 엉망진창이에요."
카즈오는 「소설 포포로」를 덮고 어깨를 으쓱했다.
아카이 무시타로는 탐정 소설 연구회 선배로, 작년에 데뷔한 신인 미스터리 작가였다. 서른 살에 「소설 포포로」 추리 소설 대상을 수상하고, 현재 대학원생과 소설가를 병행하고 있다–—라고 하면 멋있게 들리지만, 연구실에는 거의 얼굴을 비추지 않고, 상금과 용돈으로 *풍속업소만 드나드는 빈둥거리는 사람이었다.

*풍속업소 : 일본 성인업소의 은어.


카즈오는 알바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만취해서 헬스 클럽에서 쫓겨나는 아카이를 본 적이 있다.
"그럼, 저는 이제 갈게요."
카즈오가 신발을 신으며 말하자,
"어이, 이제 본론이야."
아카이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뭔데요?"
"이걸 봐."
아카이가 숄더백에서 A4 용지 다섯 장 정도를 클립으로 묶은 것을 꺼냈다.
"사람들이 소설에 트집 잡고 돈을 버는 문학 비평가들을 위해, 내가 세상에서 가장 공정한 소설을 써 봤어. 지금은 세상에 나오지 않지만, 10년 후 내가 인기 작가가 되면 프리미엄이 붙을 거야. 카즈오, 특별히 보여줄게."
빙빙 돌려 말하지만, 새로 쓴 원고를 봐달라는 얘기였다.
"미스터리 소설인가요?"
"물론이지. 범인 맞추기야."
"좋아요. 아무리 삼류 작가라도, 미발표 작품을 보여주신다니 영광이죠."
"단, 하나 조건이 있어. 네가 범인을 맞추지 못하면, 한 달 생활비를 나에게 빌려줘."
아카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동아리방에 불려온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풍속업소를 자주 드나들어 상금을 다 써버렸나 보다.
"그건 좀."
"왜 그래?" 아카이는 책상 위로 몸을 기대며 물었다. "읽고 싶지 않아? 네가 좋아하는 후더닛(who done it.) 류 스타일이라고."
"저한테 이득이 없잖아요. 범인을 맞추면 뭔가를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야, 후배한테 뭔가를 얻어먹으려고 하냐?"
"제가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내기하는 건데, 대가가 없으면 균형이 맞지 않잖아요."
"귀찮은 녀석이군."
고개를 숙이고 턱을 긁적이던 아카이는 이내 고개를 들고 말했다.
"너도 미스터리 작가를 지망하고 있지 않아? 범인을 맞추면 내 담당 편집자를 소개해 줄게. 인기 작가를 여러 명 데뷔시킨 대단한 사람이야. 만나보고 싶지 않아?"
그는 득의양양하게 혀를 내밀었다.
카즈오는 순간적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아카이의 말에 넘어가는 건 억울하지만, 카즈오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마침 일주일 안에 새로운 장편을 완성할 예정이었다. 프로 편집자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면 데뷔도 더 빨라질 것이다.
"농담이 아니군요."
"물론이지." 아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찍기 식으로 범인을 맞추는 건 안 돼. 논리적으로 범인을 추리해야만 해."
"작품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네가 이기면 된다." 아카이는 잠시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카즈오는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조건이라면 승산이 있다. 범인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아카이의 추리가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이 내기를 받아들이죠."
카즈오는 종이 뭉치를 받아들고 첫 장을 펼쳤다.



소녀 - 아카이 무시타로

독자에게 내미는 도전장
이 소설은 공정하다.
서평가도 마니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공정하다.
독자는 논리적으로 범인을 지목할 수 있다. 필요한 정보는 모두 독자에게 제공되며, 범인이 아닌 인물이 불필요하게 거짓말을 하는 일은 없다. 작품 속 묘사는 모두 정확하며, 미스터리의 기본 규칙(녹스의 십계명) 또한 준수하고 있다.
자랑은 이쯤 하고, 독자에게 도전한다.
「오냥코 클럽」의 멤버를 살해한 범인은 누구인가?
논리적으로 지목해 보시길.

"갑자기 독자에게 내미는 도전장이라니요?"
"끝부분에 넣는 것보다 처음부터 명확하게 하는 게 더 친절하지 않겠어?"
"녹스의 십계명을 모두 지키는 것도 요즘은 드물죠."
"범인을 맞추는 게임이니까."
아카이가 자랑스럽게 웃었다.
"녹스의 십계명 말이야. 영국의 미스터리 작가 로널드 A. 녹스가 「탐정 소설 십계명」에서 제시한 미스터리의 기본 규칙이지. 7계: 탐정이 범인이 되면 안 된다, 10계: 쌍둥이를 등장시키면 안 된다. 같은 규칙 말이야. 하지만 후대의 미스터리 작가들이 이걸 다 지켰냐? 그렇지 않잖아. 녹스의 십계명을 일부러 거꾸로 활용한 작품도 많이 나왔지."
"서평가들은 불공정한 걸 싫어하니까. 십계명까지 지켜주면 만족할 거야."
"네, 그렇군요."
카즈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페이지를 넘겼다.

등장인물 목록

마하대학교 아이돌 연구회(MIC)

사토코 | 문학부국문과 4학년, 동아리 회장
마나미 | 문학부중국문학과 2학년
켄         | 국제학부국제 커뮤니케이션학과 2학년
모키치 | 문학부영문학과 1학년

마하대학교 탐정소설 연구회

카즈오 | 경제학부경제학과 2학년
아카이 무시타로 | 명탐정

"이번엔 등장인물 목록이네요."
"응. 좀처럼 본문이 시작되지 않지."
"실명 소설인가요?"
"그래. MIC 애들이 용의자고, 내가 탐정이야."
아카이의 뺨이 붉어졌다.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MIC, 즉 마하 대학교 아이돌 연구회는 탐정 소설 연구회 옆 방에 부실을 두고 있는 공식 동아리였다. 학생 단체이면서 「오냥코 클럽」이라는 아이돌 그룹을 프로듀싱하고 있어, 이 대학에서 가장 유명한 동아리 중 하나였다. 아카이는 술만 마시면 항상 MIC를 욕했지만, 이것은 분명 인기 있는 동아리에 대한 질투심이었다.
"편집자에게 보여줄 수 없는 이유를 알겠네요."
"시끄러워. 빨리 읽기나 하라고."
"알겠습니다. 이제 본문이군요."
카즈오는 심호흡을 하고 페이지를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