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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
영아 살해 사건의 수사를 개시하고 하룻밤이 지난, 오전 11시쯤. 마메마메 경찰서를 찾은 히코보시는 후배 오시보리 경위보에게서 이상한 보고를 받았다.
"너, 날 얕보는 거냐?"
"얕보지 않습니다. 얕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부검에 참관하고 돌아온 오시보리가, 평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살해된 영아의 폐포에서 수족관 물 성분뿐만 아니라 요소가 검출되었습니다. 영아는 수족관에 빠지기 전에 소변을 경구 섭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시체로군. 오줌을 마시고 익사한 다음, 몸이 지렁이에게 뜯어먹힌 거냐? 웃기지도 않아. 도저히 못 하겠어."
"그렇군요."
오시보리 경위보는 코등이를 부지런히 문지르고 있었다. 히코보시는 미간을 꾹 누르며 터져 나올 것 같은 욕설을 참았다.
오시보리는 삶은 파스타처럼 맛없는 20대 중반의 나태한 놈이었지만, 형사 사건 관련 학술 연구에 정통했고, 그 점만큼은 히코보시도 신뢰하고 있었다. 요즘은 자백 강요에 빠져서 피의자에게 괴롭힘, 협박, 폭언, 궤변, *카츠동, 성희롱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자백을 받아내는 기술을 갈고닦아서 서장에게도 인정받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카츠동:일본의 밥 요리, 일본 미디어에서는 주로 용의자나 피의자를 강도 높게 심문하다가 배가 고파진 형사가 식사를 시킬 때 피의자 몫까지 같이 시켜서 먹이는 단골 메뉴로 등장함.
"그러고 보니 지렁이에게 오줌을 뿌리면 꼬추가 부어오른다는 소리를 들었어."
"부어오르지 않습니다."
"어?"
"과학적 근거 없는 속설이고, 이 사건과는 무관합니다."
"알았어. 야마토는 수조에 빠지자마자 오줌을 쌌어. 그 오줌이 수조 물과 섞여 폐까지 들어갔다는 거지."
"그것은 소견과 다릅니다. 폐포에서 검출된 요소의 농도를 고려해 볼 때, 물에 희석된 후 폐로 흘러들어갔다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오케이, 떠올랐어. 범행 현장은 현관이 아니라 화장실이었어. 범인은 야마토를 변기에 쳐박아 질식시킨 후, 수조에 집어넣어 현장을 오인하게 만들었어. 이제 어때?"
"그것도 소견과 맞지 않습니다. 폐포에서 발견된 물은 염소 소독을 거친 물이었습니다. 영아가 수조에서 사망한 것은 분명합니다."
히코보시는 의자에 기대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범인은 야마토에게 일정량의 오줌을 먹인 후, 수조에 빠뜨렸다는 건가.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반경 10킬로미터 이내에 살고 있는 성범죄 전과자들에게, *음뇨 플레이를 좋아하는지 물어보라고 해."
*음뇨: 소변을 마시다.
오시보리는 무심하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방을 나갔다. 벽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휴대폰에 오리히메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오늘 아침부터 미미츠 사쿠라를 미행하고 있었다. 히코보시는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현재 위치는?
"지방도 18호선을 따라 아타마미미(頭耳)시 방면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목적지는 모교인 즈미미 여자의과대학일 겁니다."
히코보시는 침을 꿀꺽 삼켰다. 키키(木々)시에서 아타마미미시까지는 40킬로가 넘는다. 그냥 기분전환 드라이브라고 하기엔 거리가 너무 멀다.
"알겠어. 당장 갈게."
그는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빠른 걸음으로 경찰서를 나섰다.
"저기 방이에요."
복면을 한 경찰차 운전석에서 오리히메가 2층짜리 아파트 오른쪽 끝을 가리켰다.
"저게 직원 기숙사라고? 낡은 아파트잖아."
"대학도 경영이 어려워서 그래요."
"헤에. 명문이네."
히코보시는 조수석 시트를 뒤로 젖히고 그 건물을 올려다봤다. 15분 전, 밀짚모자를 쓴 미미츠 사쿠라가 2층 구석방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아들이 살해된 직후인데, 모교의 직원 기숙사에 무슨 볼일이 있을까.
"폐에서 오줌이 나왔다니. 이해가 안 돼요."
오시보리의 보고를 들은 오리히메가 끙끙거리자, 스틸 도어가 열리며 사쿠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의 주인인 듯한 작은 체구의 여자가 뒤따랐다. 겉으로 보기에는 30대 초반 같지만, 피부 곳곳에 방금 사용한 기저귀처럼 더러운 반점이 가득했다.
"얼굴에도 세계지도 같은 모양의 주근깨가 떠 있네요. 제가 뒤를 따라갈까요?"
"내가 갈게."
히코보시는 니트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조수석에서 내렸다. 흙먼지 때문에 얼굴이 따끔거렸다.
두 사람은 몇 마디를 주고받으며 강가로 내려가는 돌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히코보시도 약 10미터 뒤를 따라갔다. 마치 살아있는 듯 죽은 듯 누워있는 노인을 제외하고는 강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두 사람은 몇 분 동안 아무 말 없이 강물을 바라보다가, 결국 낡은 벤치에 앉았다. 행인인 척 뒤를 따라가 공중화장실에 숨었다.
"...사실 부부카가 한 거 아니야?"
난자 껍질 같은 인상과는 달리, 사쿠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나는 원장님 집에 야마토 군을 데려다 준 것뿐이에요. 상처를 줄 만한 짓은 하지 않았어요."
"왜 야마토를 데려왔어? 네가 애정을 줬으니까 네가 대신 부모 노릇하면 됐잖아."
"그건 이야기가 달라요. 제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야마토 군을 맡겠다고 약속한 건 반년 동안이었어요."
"생각이 꽉 막혔네. 그렇다고 딱 반년 만에 데려올 필요는 없잖아."
히코보시는 저절로 흐뭇하게 웃었다. 상황 설명을 듣게 될 줄은 몰랐으니 오늘의 자신은 운이 좋은 편이다. 아마도 평소 행실이 괜찮았던 덕분일 것이다. 예를 들어, 키우는 소녀에게 제때 먹이를 줬다든가.
"원장님, 저도 할 일이 있어요. 야마토 군이 태어났을 때도 원장님이 태국에 있던 반년 동안 유리 씨를 뒷바라지를 하느라 두 번이나 직장을 잃었어요."
"그건 알아. 그렇다고 미리 연락도 없이, 집에 혼자 있는 아이에게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건, 무례했다고 생각해요."
부부카라고 불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이전에 미미츠 클리닉 직원이었으며, 사쿠라에게 아이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았던 모양이다.
"네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게 맞아떨어져. 너는 예전 직장에서 무시당했던 것에 대한 복수로, 그 아이를 죽이고 내 집에 둔 거야. 그렇지?"
"원장님, 함부로 말씀하지 마세요. 범인은 이미 알고 있잖아요. 강간 사건의 범인, 그 변태 시로친 놈이 틀림없어요."
히코보시는 순간 숨을 멈췄다. 강간 사건의 범인? 대체 저 자는 누구를 말하는 걸까.
"그 녀석은 자기 아이가 지렁이인 게 싫었던 거겠죠. 그래서 목을 잡아 수족관에 던져 넣고..."
"그건 당신의 망상이잖아. 아무리 정신 나간 변태라도 자기 아들을 지렁이 먹이로 주진 않아."
"그럴 리가 없어요. 와이드쇼만 봐도 아버지가 아들을 죽인 사건 얼마든지 나와요."
"아, 이제 그만해!" 사쿠라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왜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고 하는 거야? 네가 조산사 학교에서 만들어 놓은 빚을 내가 대신 갚아줬잖아. 네가 갑자기 야마토를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그 아이가 죽을 일도 없었어. 그건 사실인데, 왜 그렇게 큰소리를 치는 거야. 반성해!"
"......죄, 죄송합니다."
부부카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음모처럼 보이는 곱슬머리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흐릿하게 나마 사건의 진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 미미츠 사쿠라는 그 변태 시로친 녀석에게 강간을 당했던 것이다. 그 결과, 사쿠라는 야마토를 임신해버렸고 결국 지렁이 아들이 태어난 것이다. 연예인 의사였던 사쿠라가 강간범의 피를 이은 아이를 숨기려 했다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진다.
사쿠라는 야마토 출산을 위해 태국에 머물렀고, 귀국 후에도 아기를 부부카에게 맡겨 키우게 하려 했다. 부부카는 내키지 않았지만, 전 상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 반년의 기한을 조건으로 야마토를 맡게 되었다. 곧 반년이 지나자, 부부카는 약속대로 미즈미즈시에 있는 미미츠 저택으로 야마토를 데려갔다. 그러나 그날 미미츠 클리닉에서 문제가 생겨 사쿠라는 집을 비운 상태였다. 부부카는 어쩔 수 없이 차녀 히메에게 문을 열게 하고 야마토를 남겨둔 채 돌아왔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장녀 유리가 변해버린 야마토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히코보시는 가만히 두 사람을 쳐다봤다. 부부카는 야마토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제 야마토를 미미츠자택으로 데려간 사람은 부부카를 제외하면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다. 범인은 유리창을 깨고 침입했지만, 통장이나 카드가 탈취된 흔적은 없다. 범인은 야마토만을 죽이기 위해 자택에 침입한 것이다. 동기가 무엇이든 집에 야마토가 있다는 사실을 범인은 알고 있다.
"이 정도인가."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은 단 한 명, 부부카. 경찰서에서 출두하게 해서 오시보리에게 심문을 받으면 곧바로 자백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사건은 해결되고 현경의 위신은 지켜지게 된다.
하지만, 정말로 그것으로 괜찮은가–—. 눈을 감으면, 입에 지렁이가 채워진 리튬이 구토를 참는 모습이 떠올랐다.
"복면 경찰차 조수석으로 돌아와 히코보시는 니트 모자를 벗고 머리를 헝클였다. "사건 당일까지 야마토의 행방을 알아냈다. 사쿠라는 거기 사원 기숙사에 살고 있는 전 부하 여직원에게 아기를 맡겼던 거야."
"역시 그랬군요. 하지만 왜 야마토 군을 맡겼을까요?"
"야마토는 시로친 놈의 아이였던 거야."
"미미츠 사쿠라는 딸 둘 앞에서 변태에게 습격당했을 거야. 분명 그럴 거야."
"무슨 소리예요?" 오리히메가 히코보시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미즈미즈서 형사들은 치매 검사를 받아봐야겠어. 야마토가 생후 6개월이었다는 건, 사쿠라가 습격당한 게 1년 3개월 전이라는 얘기잖아. 그때 미드미즈시에서 일어난 강간 사건을 조사하도록 오시보리에게 부탁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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