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여자친구는 2층에서 삶아져 죽어/지렁이 인간은 탱크에서 서로 잡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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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In 2024. 11. 2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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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의 진술을 마친 두 사람은 이어 침실을 방문했다.
로그 하우스풍의 인테리어는 일관되었다. 인위적인 원목 가로대에 더해, 밥주걱 네 개를 이어 붙인 듯한 씨링 팬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침대와 창문 사이에는 수족관 받침대와 흡사한 대리석이 놓여 있었다. 이쪽은 절반 정도의 크기로, 화장대 용도로 쓰이는 듯했다.
"대리석을 참 좋아하는 모양이군. 야마토의 무덤도 저걸로 만들려나."
방의 안쪽으로 눈을 돌리자, 정원을 향한 창문이 깨져 유리 파편들이 카펫 위에 흩어져 있었다.
"유류품은 나왔습니까?"
오리히메가 젊은 수사관에게 물었다.
"아니요. 가족 이외의 지문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하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수사관은 그렇게 말하며 창문 위를 가리켰다. 벽의 높은 곳에 은가루를 뿌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긁힌 듯한 상처가 있어서 지문을 채취해 봤습니다. 왜인지 저런 높은 곳에 둘째 딸 히메 쨩의 지문이 덕지덕지 묻어 있더라고요."
수사관이 가리킨 곳은 약 2미터 30센티미터 높이였다. 여섯 살 아이가 아무리 뛰어도 닿을 수 없는 높이였다. 오리히메가 팔을 쭉 뻗어 벽을 노려보았다.
"범인의 이름이라도 적혀 있으면 좋을 텐데."
"히코보시 씨, 농담할 때가 아니잖아요."
"농담이 아니라 비꼬는 거야."
"이대로라면 장기전이 될 겁니다. 유류품도 발견되지 않았고, 동기 역시 짐작이 안 가요. 아니면 히코보시 씨, 뭔가 생각이 있는 건가요?"
히코보시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굳이 남의 집에 침입해서 갓 태어난 아기를 살해할 이유를 떠올릴 수 없었다. 설령 금전을 노린 강도였다 해도, 아기와 마주쳤다고 해서 입을 막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범인의 동기는 모르겠어. 다만, 저 망할 년이 거짓말쟁이라는 건 알았어."
히코보시가 말하자, 오리히메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가늘게 떴다.
"무슨 말씀이신가요?"
"사쿠라는 일하는 날에만 야마토를 시설에 맡긴다고 했지. 그건 거짓말이야. 야마토는 애초에 이 집에 같이 살지 않아."
"설마, 근거는 뭔가요?"
"현관에 선반 있었지? 제일 아래 칸에 낚시 미끼용 지렁이 놓여 있었어. 진짜 아기가 있다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놓았을 거야. 애가 지렁이라도 먹어서 큰일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게 다예요? 옷장이나 빨랫줄에는 아기 옷이 있었고, 처마 밑에는 유모차도 있었잖아요."
"수사관이 오기 전에 서둘러 준비한 거야. 기저귀 포장에 물기가 묻어 있었지? 비가 조금 내리는데 급하게 마트나 편의점에서 사서 집으로 가져온 거야. 옷이나 유모차는 둘째 딸 거를 가져다 쓴 거겠지."
"히코보시 씨, 너무 억지 부리시는 거 아닌가요?"
"그럼 이 사진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히코보시는 재킷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이건 복복시 공단에서 길 잃은 개에게 물려 죽은 아이의 사진이야. 야마토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사람이지. 그런데 사쿠라는 이 사진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는 척했어."
물이 떨어진 듯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오리히메는 사진을 응시하다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덫을 놓으신 거군요."
"그래. 엄마가 함께 살던 아들의 얼굴을 잊을 리가 없지.
야마토는 이 집에 살지 않았어.
이건 객관적인 사실이야."
"사진을 보여주기 직전에 나라야마 덴 이야기를 꺼낸 건, 그녀를 흥분시키려는 의도였나요?"
"그냥 놀린 거야. 문제 있나?"
"아니요. 사쿠라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요?"
"뭔가 사정이 있는 거지." 히코보시는 휴대폰을 넣으며 말했다.
"야마토에 대한 모든 사실을 조사해 줘."

                            *             *             *

"여러분에게는 이 교실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추억이 있을 겁니다."
담임 선생님의 쉰 목소리가 들린다. 졸업식이니까 멋진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팬더 같은 두꺼운 화장 때문에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학교 생활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졸업식은 인생의 한 단계를 넘어서는 것일 뿐입니다."
교실을 둘러보니, 새로 산 중학교 교복을 입은 동창들이 어색하게 내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 숨 막힐 듯한 기분에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짙게 드리운 구름 아래, 잿빛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히코보시는 탁한 강가의 낡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다. 엄마와 여동생, 세 명이서. 아빠는 2년 전 학교 체육관에서 한 여학생에게 강간을 하려다가 경비원에게 들켜 유치장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는 매일 밤 술집에서 아무나 데려와 TV를 켜놓은 채 거실에서 잠자리를 같이 했다.
여동생 리튬은 지렁이를 닮았다. 가족 중 유일하게 할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듯했다. 학교에서는 심한 왕따를 당했다. 급식에 벌레를 넣거나 옷에 소변을 보는 일은 일상이었다. 저학년 때는 체육관 뒤에서 자주 울고 있는 모습이 보였지만, 요즘에는 교실에 나오지 않고 친구들도 모르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히코보시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동네도, 가족도 싫었다.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집을 나와 일을 찾으려고 했다. 졸업식 일주일 전 월요일 밤, 히코보시는 세탁 세제를 사러 상점가를 찾았다.
"저 애, 인력사무소의 아들래미래."
슈퍼 자전거 주차장에서 장바구니를 자전거 뒤에 묶고 있는데, 근처 파칭코 가게 처마 밑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를 알고 있을 테지." 히코보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자전거에 올라탔다.
"저 집안에는 지렁이 딸도 있다며? 그 애도 인력사무소 다닌다던데."
이어서 들려온 말에 히코보시는 순간 뒤를 돌아보았다. 배가 나온 두 남자가 허둥대며 얼굴을 돌렸다. 어머니의 가벼운 행실은 이미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지만, 여동생까지 인력사무소를 다닌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집에 돌아와 문을 열자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리튬이 거실에서 지루한 듯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동생의 뒷모습을 보자 히코보시는 아무렇지 않게 화가 났다.
"야, 학교는 안 가면서 목욕탕은 가냐?"
신발을 벗어던지며 말했다. 리튬은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리튬이 옆 동네 목욕탕에 간 날에는 집안 가득 유황 냄새가 났다. 지렁이라는 별명답게 피부에 각질이 많아 집 욕조에서는 씻어낼 수 없었기 때문에 리튬은 며칠에 한 번씩 목욕탕에 갔다.
"너, 인력사무소 다니는 거냐?"
리튬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무슨 뜻이야?"
"뭘 어떻게? 네가 엄마랑 똑같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자신의 말투가 아버지와 똑같다는 것을 깨닫고 히코보시는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어."
리튬은 무심하게 중얼거리더니, 읽던 만화책을 탁자 위에 놓아둔 채 거실을 나섰다.

다음 날은 졸업식 예행연습이 있었다. 히코보시의 자리는 하필 난로 바로 앞이었고, 식이 끝날 무렵에는 폭우를 맞은 것처럼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 히코보시는 거실 패널 스위치를 누르고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셔츠를 벗어던지고 팥빙수를 맛있게 먹었다. 막대기 끝까지 아이스크림을 다 핥아먹은 후, 팬티를 벗고 욕실로 향했다.
"... 어?"
문을 열자마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욕조의 물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커터칼이 물살을 타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리튬은 무릎을 끌어안은 채 반쯤 물이 차 있는 욕조에 가라앉아 있었다.
히코 보시는 수건을 내팽개치고 리튬을 부둥켜안았다. 사타구니에는 애벌레 같은 음모가 나 있었다. 오른쪽 손목에는 깊게 찢어진 상처가 있었다.
"바보야, 정신 차리라고."
정신 차리라고 흔들자, 물방울이 욕실에 튀었다. 성기가 욕조에 부딪혀 탁 하고 경쾌한 소리를 냈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리튬은 깨어나지 않았다.

"여러분이 인생의 길을 잃었을 때, 부디 이곳에서 함께 배웠던 친구들을 기억해 주세요."
담임 선생님은 연설을 계속했다. 히코보시는 고개를 숙이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눈을 감자 리튬의 작은 등이 차례로 떠올랐다.
리튬이 죽고 이틀 후, 임시 전교회의가 열렸다. "만성 질환을 앓고 있던 여학생이 병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교장 선생님의 발표에 체육관은 술렁였다. 동급생들은 근거 없는 소문으로 떠들썩했지만, 죽은 사람이 히코보시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마치 혹을 만진 듯이 아무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우리도 여러분이 더욱 성장하여 다시 만나는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히코보시는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동생을 죽인 것은 자신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리튬이 죽은 후, 히코시는 인터넷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의 일기를 찾아 읽었다. 그들의 경험에 따르면, 손목을 긋고 출혈로 죽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한다. 피가 응고되어 상처가 아물기 때문에 죽기 전에 혈액순환을 좋게 하기 위해 욕조에 몸을 담그면 자살에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고 한다.
히코보시의 손끝에는 욕조 온수기를 튼 순간의 감촉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만약 그때 욕실에서 샤워를 하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리튬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히코보시는 말 그대로 동생을 죽인 것이다.
하지만 자신만 잘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동급생들이 리튬을 괴롭히지 않았더라면, 혹은 담임 선생님이 리튬을 보호해 주었더라면, 그녀가 손목을 긋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반성하기는커녕 표면적으로 슬픈 척만 하고 있었다.
"다시 만나요. 여러분, 졸업 축하합니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이제 지긋지긋하다.

히코보시는 찌그러진 가방을 쥐고 교실을 나섰다.

"저기요."
학교 현관을 나서려던 참에 누군가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낯선 작은 소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서 있었다.
"예 무슨 일이세요?"
"리, 리튬 씨에 대해서인데요."
소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리튬? 예."
"리튬 씨요. 자살한 이유가, 병 때문이 아니에요."
"아, 그렇죠."
소녀는 고통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냈다.
"여, 여기.. 요." 히코보시에게 편지를 건네주고 도망치듯이 사라졌다.
학교 건물에서 모든 사람이 사라진 것처럼,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자, 한 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
리튬이 울고 있었다. 세 명의 여자애들에게 몸을 붙잡히고, 입에 지렁이를 억지로 집어넣고 있었다. 라면처럼 엉킨 지렁이 덩어리가 입술 끝에서 흘러나오고, 원피스에는 노란색 토사물이 묻어 있다.
"뭐야, 이거."

리튬의 앞에는 무리를 이끄는 것 같은 소녀의 뒷모습이 찍혀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늦잠 자는 클럽 여자처럼 헝클어진 금발이 익숙했다. 옆 동네 병원에서 일하는 외과의사의 외동딸이었다. 몇 년 전 필리핀에서 이사 온 귀국 자녀였고,


이름은 확실히...





"미미츠 사쿠라"

학교 건물에 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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