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여자친구는 2층에서 삶아져 죽어/수종에 걸린 원숭이는 모두 죽여라, 뒷정리,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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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In 2024. 12. 2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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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소방차의 귀에 거슬리는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오른손에 쥔 칼에서 피가 방울방울 떨어졌다. 발밑에는 낡은 수세미 같은 머리칼을 한 남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턱수염에는 침과 코로케 부스러기가 엉겨 붙어 있었고, 입술은 피를 빨아먹은 거머리처럼 부어 있었다.
노엘은 남자의 오른손을 펼치고 중지 뿌리에 칼을 들이댔다. 칼날을 좌우로 왔다 갔다 해도 살이 잘 안 잘렸다. 힘껏 칼자루를 누르자 칼이 미끄러지면서 '탕' 소리와 함께 중지가 날아갔다.
"–—젠장."
굴러다니는 중지에 손을 뻗자, 누군가가 그것을 구두굽으로 밟아 으깨버렸다.
"역시 너구나. 네가 했을 줄 알았어."
고개를 들자, 검은 연기 속에 익숙한 여자가 서 있었다. 1년 3개월 전, 노엘이 침입했던 미즈미즈대에 있던 집의  30대 후반의 여자였다. 가슴에는 4,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를 안고 있었다. 왜 이런 곳에 있는 걸까. 둘은 마치 벌레라도 보듯 노엘을 노려보았다.
"너무 안일했어."
애띤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소녀가 차가운 눈으로 노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쿠아나가하라 삼림에서 노엘이 범했던 소녀다. 그녀까지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소녀는 텅 빈 표정으로 노엘의 발밑의 있는 수세미 남자의 사타구니를 밟았다.
"네 부모가 너를 낳은 게 잘못이었어."
거친 목소리가 떨어졌다. 다시 뒤를 돌아보니, 이번에는 유카타를 입은 여자가 입꼬리를 비틀고 있었다. 츠보츠보 온천 숙소에서 범했던 여자다. 노엘은 어느새 네 명의 여자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죄, 죄송합니다."
"이미 늦었어."
소녀가 시체의 얼굴을 찼다. 수세미 남자의 입에서 이빨이 튀어나왔다.
왜 몰랐을까. 그 남자의 얼굴은 노엘이 책 표지에서 수없이 보았던 얼굴이었다.
"―어, 큰 귀 달팽이 선생님?"
"네가 죽였잖아."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하고는 문을 열고 불길이 솟아오르는 아파트로 사라졌다. 나머지 여자들도 뒤따라왔다.
동경했던 남자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노엘은 비명을 질렀다.

"으앗!"
눈을 뜨니 지프 운전석이었다. 차 안에는 알코올 냄새가 가득했다. 목 안쪽이 아팠다. 노엘은 허둥지둥 문을 열고, 나무 뿌리 밑에 토했다. 즈즈 단지에 불을 지른 지 오늘로 5일이 되었다. 노엘은 아무런 목적 없이 아부쿠마 산지를 헤매고 있었다.
라디오 뉴스에 따르면, 즈즈 단지에서 발생한 화재는 12명의 사망자를 낸 대참사였다고 한다. 그 형사의 말대로, 도로 한가운데 자란 나무 때문에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피해가 크게 확산된 것 같았다. 경찰은 사고와 방화 양쪽 가능성을 열어두고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아나운서가 읽은 희생자 명단에는 노엘의 이름도 있었다. 중지 없는 시체가 그의 것으로 판단된 것이다. 이것 역시 그 형사의 계략대로였다. 위액을 다 토해내고, 노엘은 비틀거리며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큰 죄를 지은 자신에게 살아갈 자격은 없다. 이제 그만, 단념하고 죽어야 한다. 민가에서 로브를 훔쳐 목을 매달거나,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가장 빠를까.
아니다, 하고 다시 생각했다.
그 형사는 노엘에게 단장을 죽인 범인을 찾으라고 했다. 그때 그 장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신도 잘 모른다. 이렇게 산을 헤매고 있는 것은, 사건의 경과를 지켜보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뭐든 상관없다.
노엘은 엔진을 켜고 기어를 넣더니 가속 페달을 밟았다.

                    *                       *                     *

극단 숙소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컨테이너를 쌓아 올린 무대가 뿌옇게 보였다. 마치 패닉 영화가 끝나고 고딕 호러 영화가 시작된 듯한 기분이었다.
시체가 발견된 트레일러를 바라보고 있자, 안개 속에서 마루마루가 다가왔다. 오른손에는 술병을 들고 있었다. 물방울 문신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역시나, 돌아올 줄 알았어."
예상대로 마루마루의 입에서는 술 냄새가 났다. 설마 돌아오는 동안 단지를 통째로 태워버렸을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맥주 마실래? 선발이 중단되었으니까, 약속대로 내가 살게."
"괜찮습니다."
노엘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여기에 얼마나 있을 생각이야?"
"잘 모르겠습니다. 갈 곳이 없어서, 당분간은 여기 있을 생각입니다."
"아하하, 다들 똑같네. 도마뱀 넨텐은 유산 때문에 친척들에게 여러 번 죽을 뻔했고, 지렁이 리카는 야쿠자에게 보험금이 걸렸지. 칸치는 옛 화족의 사생아여서 부모에게 목숨을 노려졌었거든? 나도 컬트 종교에게 빚을 갚지 못해서 신자들에게 언제든지 습격당할지 모르는 상황이야."
넨텐은 감옥에서 노엘을 데리고 나온 허스키한 목소리의 남자일 것이다. 리카는 지렁이 소녀일 테고. 그럼 칸치는 그녀가 안고 있던 아기겠지.
"혹시 그 문신도 종교와 관련이 있는 건가요?"
"응. 교주의 아버지가 새겨준 거야. 어디에도 도망갈 수 없게 하려고."
마루마루의 얼굴과 팔다리에 나란히 새겨진 물방울 무늬가 마치 애벌레의 얼룩처럼 흉흉하게 보였다.
"극단은 계속할 건가요?"
"그렇게 하고 싶지만, 이대로는 무리겠지. 누가 단장을 죽였는지도 모르겠고."
마루마루가 깨진 창문으로 트레일러 안을 들여다본다. 테이블 옆에 분홍색 침낭이 놓여 있었다. 쿠모오의 시체가 들어 있을 것이다.
"시체가 발견되었을 때, 마루마루 씨도 그 자리에 있었나요?"
"그래. 처음에 넨텐이 단장을 부르러 갔는데, 초인종 눌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는 거야. 문은 잠겨 있어서 억지로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고. 그래서 걱정된 나머지 우리를 불러서 함께 망치로 창문을 깼더니, 현관에서 단장이 죽어 있었던 거지."
마루마루는 망치 대신 술병을 들고 창문을 깨는 시늉을 했다. 창틀에는 깨진 유리가 송곳니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불투명한 유리의 두께는 약 5밀리미터 정도. 방충망은 없었다.
"문의 열쇠는 어디에 있었나요?"
"쿠모오의 재킷 주머니에 있었어."
"열쇠는 여분이 있었나요?"
"없어."
"그럼 현장은 밀실이었단 얘긴데.."
"그렇지. 신기하지?"
마루마루는 태연하게 말했다. 어느새 고딕 호러보다는 미스터리의 색깔이 더 강해지고 있었다.
노엘은 주변을 살펴보며 트레일러 하우스를 한 바퀴 돌았다. 트레일러는 가로가 10미터, 세로가 3미터, 높이가 4미터 정도였다. 컨테이너 박스를 가로로 늘려놓고 바퀴를 단 듯한 모양새였다. 철제 말뚝 여섯 개가 트레일러를 둘러싸듯 땅에 박혀 있었고, 스프링처럼 생긴 와이어가 말뚝과 트레일러를 연결하고 있었다.
"땅이 기울어져 있어서 단단히 고정하지 않으면 움직일 것 같아. 트레일러 앞쪽에 튀어나온 삼각형은 분명 견인차와 트레일러를 연결하는 후크일 거야."
"왜 넨텐 씨는 쿠모오 씨를 불렀던 거죠?"
"연습 도구를 쓸 수 없어서 곤란해했던 것 같아. 그 녀석들, 사건 당일 밤에 트레일러를 바꿨대. 여기는 원래 넨텐의 방이었어."
말이 나와서 보니, 시체가 발견된 트레일러는 닷새 전 마루마루의 트레일러에서 나온 넨텐이 향했던 바로 그곳이었다.
"두 사람은 왜 방을 바꿨을까요?"
"한밤중에 단장의 방에서 뛰는 벌레가 나왔대. 그 대머리, 벌레를 엄청 싫어해. 어렸을 때 정성껏 키우던 안경원숭이가 벌레를 목구멍에 막아 죽은 게 트라우마라나 봐."
쿠모오의 시체를 발견했을 때, 방 바닥에 큰 거미가 있었던 게 기억난다.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이 살기에는 이 숙소 환경이 너무 혹독했을 것이다.
"쿠모오 씨는 그렇게 원숭이를 좋아했나요?"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원숭이한테만 성욕을 느끼는 변태라고. 규슈 공연 갔을 때 여관에서 일본원숭이랑 하는 걸 본 적 있어. 골수팬이지."
마루마루가 허리를 흔들며 야릇한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노엘은 짜증이 났다.
"다른 단원들은 쿠모오 씨와 넨텐 씨의 방 교체를 알고 있었나요?"
"설마. 한밤중에 그런 일로 깨워지면 싫어 죽지. 아, 우리 놈들은 수면제 먹는 놈들 투성이라 아예 안 일어날 테지만."
마루마루가 코를 흥 풀었다.
"시체가 발견된 시간은 알 수 있나요?"
"아침 7시쯤? 칸치에게 우유를 줘야 한다고 리카가 난리를 부려서."
"칸치는 리카 씨가 안고 있던 아기죠?"
"응. 지렁이 남매의 남동생. 물론 혈연관계는 아니야. 겐타가 어딘가에서 데려온 버려진 아이지."
"쿠모오 씨의 사인은 알 수 있나요?"
"형사는 아니니까 자신은 없지만,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멍이 있었거든. 아마 그래서 죽은 같아. 볼래?"
마루마루는 비틀거리며 트레일러 문을 열고 노엘에게 손짓했다. 살인 현장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 모양이다. 노엘은 도둑이 된 기분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트레일러 안의 구조는 닷새 전 밤에 쿠모오와 면접을 했던 방과 똑같았다. 벽은 모두 빨갛게 칠해져 있었고, 현관 정면에는 욕실, 오른쪽에는 원룸 형태의 거실이 있었다. 테이블과 소파가 놓인 공간 깊숙한 곳에는 다리미판처럼 생긴 간단한 싱글 침대가 놓여 있었다. 모든 가구가 금속으로 바닥에 고정되어 있는 것은 트레일러 하우스만의 특징이었다.
면접을 했던 방과는 달리, 실내는 엉망이었다. 옷장에서 코트가 쏟아져 나왔고, 바닥에는 양서류와 약병이 널려 있었다. 싱크대 옆 쓰레기통에서는 컵라면 용기가 튀어나와 있었다.
"굉장히 엉망이네요."
"넨텐은 도마뱀 병이라니까. 온몸에서 고름이 나오면 방을 청소할 기분이 안 들겠지."
그럴지도 모르겠다.
무심코 옷장을 열어 본 노엘은 기절할 뻔했다. 코트와 재킷 사이에 넨텐의 허물이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으앗, 이게 뭐야?"
"아하, 놀랐어? 이건 탈피 쇼 할 때 쓰는 가짜 가죽이야. 어두운 무대에서 옷을 벗고 탈피하는 척 하는 거지. 고름 대신 꿀을 몸에 발라놓는 거라고."
조심스럽게 집어 들어 보니, 젖은 잠수복 같은 얇은 고무 재질의 천에 넨덴의 몸 전체가 인쇄되어 있었다. 매미 허물처럼 목 뒤에서 엉덩이까지 칼로 자른 듯한 틈이 있었다.
"관객을 속이려는 건가요?"
"물론이지. 공연할 때마다 탈피하면 양파 껍질처럼 돼버리니까. 진짜로 탈피하는 건 몇 달에 한 번뿐이야. 물론 무대에서는 안 하지만."
"관객들이 떠벌리고 다니지 않을까요?"
"사실 상관없어.  견물생심이라고, 구경거리 감옥에서 갓파 미라를 보고 가짜라고 떠들어봤자 보지 않는 이상 모를껄.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거야."
마루마루는 카펫에 엎드려 부풀어 오른 침낭 지퍼를 열었다. 한여름 쓰레기장 냄새가 코를 찌르듯 했다. 상당히 부패가 진행되어 매끈한 대머리에 보라색 혈관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었다. 마루마루가 양손으로 머리를 들어 올렸다.
"여기, 아프겠지."
쿠모오의 머리는 평평하게 움푹 들어가 있었다. 커다란 멍처럼 피부 색깔이 변해 있었다.
"흉기는 있었나요?"
"보는 대로, 없어. 시체 외에는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어. 범인이 가져갔을지도 모르지."
노엘은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확실히 흉기로 사용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식기나 책으로 때렸다고 하기에는 멍이 너무 컸다. 쓰레기통을 들여다보았지만, 안에는 티슈와 플라스틱 용기밖에 없었다.
노엘이 히코보시를 납득시킬 만한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쓰레기통 뒤에서 두 마리의 바퀴벌레가 튀어나왔다.
"어? 목격자가 아니라 목격 바퀴벌레로군."
마루마루가 시체에서 얼굴을 들고 중얼거렸다. 술이 취했는지 눈꺼풀이 늘어졌다. 바퀴벌레들은 방을 가로질러 현관으로 사라졌다.
"목격 바퀴벌레, 도망쳐 버렸네요."
"짝짓기 당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어때? 밀실에서 들어오고 나갈 방법, 뭐 떠올랐어?"
"하나, 떠오른 트릭이 있어요."
"뭐야? 가르쳐 줘."
마루마루가 즐거운 듯 볼을 풀었다.
"범인은 이 트레일러 하우스를 흉기로 삼아, 방 안에 들어가지 않고 쿠모오 씨를 죽였을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이야?"
"이 트레일러는 여섯 개의 말뚝과 와이어로 땅에 고정되어 있잖아요. 이 중 뒷부분 두 개만 남기고 와이어를 풀고, 앞쪽 후크에 로프를 묶어요. 이 로프를 지붕에 올려놓고 뒷부분에서 늘어뜨려 다른 자동차에 걸어요. 그런 다음 차를 빠르게 출발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트레일러가 뒤집어지겠네. 괴물 영화처럼."
"맞아요. 이동용으로 가벼운 소재로 만들어진 트레일러라면, 제가 타고 온 것 같은 지프로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뒷부분의 와이어는 말뚝에 고정된 채로 있기 때문에, 트레일러가 옆으로 넘어가지는 않아요. 뒤쪽 면을 아래로 하고, 트레일러가 똑바로 서게 되는 거죠. 침대에서 자고 있던 쿠모오 씨는, 갑자기 10미터 높이에서 벽에 부딪히게 된다는 겁니다."
"으악, 그런 거였구나!"
마루마루는 소리치며 시체의 움푹 들어간 머리를 손으로 쳤다.
"이 방법이라면 방에 한 발짝도 들어가지 않고 쿠모오 씨를 살해할 수 있어요. 트레일러 하우스가 흉기라고 한 건 바로 이런 뜻이죠."
"대단하다, 명탐정 같네. 그럼 범인은 넨텐 씨가 틀림없어."
마루마루가 너무나 태연하게 말해서 노엘은 깜빡 끄덕일 뻔했다.
"왜 넨텐 씨인가요?"
"당연히 도구 담당이니까. 이런 기묘한 장치를 생각해내는 건 분명히 저녀석이지."
"사건 당일 밤, 넨텐 씨는 탈피하고 있었잖아요. 굳이 그런 날 사람을 죽일까요?"
"몰라. 젠장, 혼자 다 해먹으려고 하네!"
마루마루는 술병을 한 번 휘두르고는 비틀거리며 트레일러를 뛰쳐나갔다.
노엘도 황급히 뒤를 쫓았다.
넨텐은 무대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취한 마루마루를 보고 비웃듯 웃었다.
"역시 술버릇이 나쁘군."
"시끄러워! 배신자 새끼는 죽어버려!"
마루마루는 무대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뛰어올라 넨텐을 향해 술병을 휘둘렀다. 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 넨텐은 화들짝 놀라 몸을 숙였지만, 자세를 잃고 무대에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마루마루가 배를 잡고 웃었다.
"죽었어? 죽었냐? 으히헤하헤하힛."
"야, 미친놈아, 이 술 취한 놈에게 무슨 소리를 한 거야."
넨텐이 소리치자마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지렁이 소녀 리카가 트레일러 문을 열고 서 있었다. 무척 허무한 눈빛으로 광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 초의 정적 후, 리카는 계단에서 머리를 먼저 하고 구르듯 떨어졌다.
"어이, 어이, 어이, 어이."
넨텐이 허둥지둥 리카에게 다가갔다. 노엘도 뒤를 따라갔다.
리카는 자갈 위에 엎드려 있었다. 붉은 자주색 피부에 검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십 년 정도 늙어 보였다.
"어떻게 된 거야. 야쿠자에 대한 기억이라도 떠올렸나?"
넨텐이 어깨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리카는 고개를 들고,
"칸치가 어디에도 없어."
천식 환자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후미후미 강변에서 유아의 시체가 발견된 것은, 그로부터 두 시간 정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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