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여자친구는 2층에서 삶아져 죽어/수종에 걸린 원숭이는 모두 죽여라, 뒷정리, 해설

4-6

NeoIn 2024. 12. 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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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후미 산에 폭우가 덮쳤다.
노엘은 천장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중학교 시절 집에 틀어박혀 지냈던 때를 떠올렸다. 식량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지만, 어머니가 아는 체하며 조언을 해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때보다는 나은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방을 나서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온몸이 나른함에 휩싸여 문을 열고 나갈 기운이 나지 않았다.
쿠모오, 마루마루, 넨텐, 리카 - 단원들의 말을 되새겼다. 분명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히코보시의 지시대로 노트에 기록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트레일러에 갇힌 지 여섯째 날 밤, 노엘은 리튬과 함께 살고 있는 꿈을 꿨다.
맑고 투명한 푸른 하늘 아래, 산들바람이 나뭇가지를 살랑거리고 있었다. 리튬은 낡은 침대에 누워 지루한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노엘은 가끔 동급생에게 심술궂은 말을 하면서도 리튬의 옆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뜨자 죄책감이 가슴을 콕 찌르는 듯했다. 이대로 굶어 죽으면, 이상한 극단에 들어가기까지 해서 나라야마 덴을 죽이려 했던 리튬에게 얼굴을 들 수 없을 것 같았다. 노엘은 침대에서 나와 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 같았다. 자물쇠를 열고 비틀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광장에는 희뿌연 안개가 자욱했다. 주변의 트레일러들이 폐허처럼 보였다. 사람의 기척은 없었다.
무대를 보니 한 남자가 엎드려 쓰러져 있었다.
조심스럽게 컨테이너에 다가갔다. 남자의 머리가 쩍 갈라져 있었다. 카키색 긴 코트가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넨텐일 것이다.
오른쪽 계단을 올라 무대 중앙으로 향했다. 시체는 정수리를 맞은 듯 피부가 갈라져 두개골이 보였다. 근처에 흉기는 보이지 않았다. 많이 출혈했을 텐데 비에 씻겨 혈흔도 남아 있지 않았다. 피부는 붉게 부어 있었고, 며칠 전보다 탈피 후 상태가 더 악화된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자극적인 냄새가 코를 찔렀다. 쿠모오가 위스키 잔을 닦을 때 손수건에 묻혔던 알코올 소독약 냄새와 똑같았다. 하지만 그 남자는 이미 죽어 있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냄새의 근원은 알 수 없었다.
노엘에게는 기억이 없으니, 넨텐을 죽인 것은 남은 한 사람인 리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칸치도 그 소녀가 죽였던 것일까. 하지만 칸치가 사라졌을 때 리카가 당황했던 모습은 연기라고 보기 어려웠다. 넨텐이 칸치를 죽이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리카가 넨텐에게 복수한 것 같다.
무대 위에서 광장을 내려다보니 왠지 모를 이상함을 느꼈다. 트레일러들의 배치가 예전과 달라진 것 같았다.
안개에 잠긴 트레일러들을 자세히 살펴보고는 숨을 멈췄다. 오른쪽, 리카가 살던 트레일러가 서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 노엘은 계단을 내려가 칼을 쥔 채 리카의 트레일러로 향했다. 불투명한 유리 너머로는 인영이 보이지 않았다. 계단을 올라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렸다. 문이 열렸다.
눈앞에서 지렁이 소녀가 죽어 있었다.
높은 곳에서 추락한 듯 얼굴이 으스러져 있었다. 요가의 비둘기 자세처럼 왼쪽 다리가 등 뒤로 비틀려 있었다.
시체 주변에는 유리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몇몇 조각은 시체에 박혀 있었다. 왼손 옆엔 에는 깨진 전신거울이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누군가 트레일러를 세워 놓고, 떨어진 몸이 거울에 부딪힌 모양이었다.
리빙룸에는 인형, 공, 흔들개, 그림책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침대에 난간이 설치된 것은 칸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설치했기 때문일 것이다. 침대 위 천장에는 인형이 매달려 있었다. 불과 십여 일 전까지만 해도 여기서 리카와 칸치가 부모자식처럼 살았던 것이다.
다시 시체를 보니 왠지 모를 이상함을 느꼈다.
"유리 조각이 이상하네."
저도 모르게 소리가 새어나왔다.
범인이 트레일러를 세웠을 때, 시체는 물론이고 리빙룸에 있던 장난감들도 모두 방 한쪽 구석에 모여 있었을 것이다. 그 후, 범인이 트레일러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면서 장난감들은 다시 리빙룸에 흩어졌어야 할텐데. 유리 조각만은 왜인지 시체 주변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건 이상하다. 트레일러가 세워졌을 때, 이 거울은 아직 깨지지 않았던 건 아닐까. 범인이 트레일러를 원래대로 돌려놓은 후, 어떤 이유에서인가 거울을 깬 것이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노엘이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현관에 거울이 있었다고 해서 범인에게 불편한 점이 있었을 것 같지 않고, 거울을 이용한 트릭도 떠오르지 않았다.
노엘은 트레일러를 나와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광장을 둘러보았다. 무대와 트레일러에 각각 시체 한 구씩이 나뒹굴고 있었다. 리카가 넨텐을 죽이고 자살했거나, 넨텐이 리카를 죽이고 자살했거나. 경위야 어떻든 가능성은 두 가지 중 하나였다. 하지만 트레일러를 세워서 사람을 떨어뜨려 죽이는 트릭은 누군가 자동차를 운전해서 트레일러를 끌어야 실행 가능하다. 그런데 넨텐의 시체 주변에 흉기가 보이지 않았으니, 그 남자 역시 자살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다.
노엘은 꽉 쥔 칼에 시선을 떨궜다. 또 다른 가능성이 떠올랐다.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트레일러를 나가 두 사람을 죽였다면 모든 것이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공포에 사로잡혀 노엘은 무심결에 칼을 던져 버렸다.

                    *                       *                     *

고사리 잎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후미후미 마을 민가 처마 밑에서 햇볕에 피부가 탄 노인을 발견했을 때, 노엘은 마침내 다른 세상에서 돌아온 듯한 안도감을 느꼈다. 지브의 창문을 열자, 노인들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엘은 몸을 웅크리고 공중전화 부스 안으로 들어가 동전을 넣고, 기억하고 있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마치 기도라도 하듯 수화기를 귀에 대고 기다렸다. 십여 초 후,
"무슨 일이야 노엘, 잘 지내냐?"
히코보시의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풍이 부는 듯 거친 잡음이 계속해서 들렸다.
"큰일이 났습니다. 「수종된 원숭이」 단원들이 모두 살해당했습니다."
"그래? 잘했네."
"네?"
"넌 리튬의 원수를 갚기 위해 후미후미 산에 올랐잖아. 그런데 리튬에게 해를 끼친 녀석들이 전멸한 거야. 정말 대단한 일이네."
"잠깐만요. 제가 범인이 아닙니다."
노엘은 수화기를 꽉 쥐고 소리쳤다.
"진정해. 극단을 증오하는 무법자 남자가 숙영지에 나타난 다음 날, 단장인 쿠모오가 살해당했지. 무법자는 일단 숙영지를 떠났지만, 며칠 후 다시 돌아왔어. 그날부터 잇따라 살인 사건이 발생했고, 단원들은 전멸했지. 어떻게 생각해도 범인은 이 무법자, 즉 너야."
"그, 그럴리가..."
반박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이어지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전화 부스 바닥에 축 처져 쓰러졌다.
"뭐, 상관없어. 사건 기록은 제대로 남겼어?"
"예. 급하게 적은 거지만요."
"충분해. 지금 너를 파티에 초대해주지."
"파, 파티요?"
누군가 전화 부스 문을 열었다.
멍하니 뒤를 돌아봤다.
"특별한 서프라이즈 선물이 있거든."
히코보시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입에서 연기를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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