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여자친구는 2층에서 삶아져 죽어/수종에 걸린 원숭이는 모두 죽여라, 뒷정리, 해설

4-7(完)

NeoIn 2024. 12. 28.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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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산줄기가 천천히 뒤로 흘러가고 있었다. 시속 13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동북 자동차도의 세단 뒷좌석. 히코보시는 노트를 넘기며 깔깔 웃고 있었다. 입술 끝에 입술염 같은 딱지가 앉아 있었지만, 기분은 좋은 듯했다.
"히코보시 씨, 이 드라이브는 야근인가요?"
운전석의 젊은 남자가 백미러를 통해 히코보시를 보며 물었다. 남자는 티셔츠에 스웨트 차림으로, 근무 중인 경찰관답지 않은 옷차림이었다.
"이건 휴가야. 선배의 사생활에 동행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되지."
"서장님께 보고서를 올리겠습니다."
"야, 변태라도 잡으면 네 공으로 해줄 테니까. 그걸로 퉁 치자."
"알겠습니다."
남자는 단조로운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악셀을 밟았다. 관광버스와 대형 트럭이 줄지어 뒤로 흘러갔다.
히코보시는 노엘의 수기를 다 읽고 나서 만족스럽게 노트를 덮었다.

"잘 썼어. 큰 귀 달팽이에 빠져 살았던 만큼은 하네."
"예, 감사합니다."
“하지만 네 엉터리 추리는 쓸데없어. 쿠모오를 죽인 건 넨텐이 아니야."
히코보시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노엘은 반박하고 싶어졌다.
"왜 그렇게 확신할 수 있죠?"
"진범을 알았으니까. 네 추리는 엉뚱하기 짝이 없어."
"그럼 제 추리의 어떤 부분이 틀렸다는 건가요?"
노엘이 물고 늘어지자, 히코보시는 짜증 난 얼굴로 노트를 내리쳤다.
"잘 읽어봐. 네가 직접 쓴 글에 넨덴이 범인이 아닌 증거가 남아 있어."
"무슨 말인가요?"
"거미야. 쿠모오의 시체가 발견된 날 아침, 너는 현장의 트레일러에서 왕거미를 봤지. 하지만 십일일 후, 넨텐의 트레일러를 방문해서 추리를 발표할 때, 현관 매트에 왕거미 사체가 떨어져 있었어. 둘 다 해골 무늬가 있었으니까, 같은 개체야. 그런데 왜 이 녀석은 옆 트레일러로 이동했을까?"
"그런 건 그냥 우연이죠. 거미한테 물어보세요."
"틀렸어. 왕거미를 보고 난리를 쳤던 쿠모오가 움직이는 왕거미를 무시할 리가 없잖아. 쿠모오가 넨텐과 방을 바꾼 시점에, 이 왕거미는 이미 죽어 있었을 거야. 따라서 삘받아서 방을 옮길 일은 없지."
"혹시 침대 밑에 숨어 있어서 쿠모오 씨가 못 본 건 아닐까요?"
"방에는 바퀴벌레 두 마리가 있었어. 왕거미가 살아있었다면, 이 녀석들을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야. 바퀴벌레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건, 그 시점에서 왕거미가 죽어 있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지."
"아, 그렇네요." 노엘은 깊이 생각하며 말했다. "정말 이상하네요. 넨텐 씨가 현장의 트레일러에서 거미 사체를 가져왔을까요?"
"절대 아니야. 넨텐도 거미를 싫어했잖아. 뇌를 바꾸지 않는 이상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거야."
"그럼 왜 거미는 이동했을까요?"
넨텐이 스스로 거미를 가져갈 리는 없지만, 모르는 사이에 거미를 옮겼을 가능성은 있어. 갓 탈피한 도마뱀 환자의 몸에는 끈적끈적한 고름이 잔뜩 묻어 있으니까. 넨텐이 현장을 조사하려고 트레일러에 들어갔을 때, 롱 코트 자락에 거미 사체가 달라붙었을 거야. 그리고 나서 옆 트레일러로 돌아왔을 때, 고름의 접착력이 떨어지면서 사체가 떨어진 거지. 그렇다면 쿠모오의 시체가 발견된 아침 7시에는 넨텐의 고름에 아직 접착력이 남아 있었을 거야. 고름 조직은 탈피 후 4~5시간이면 괴사하기 때문에, 넨텐이 탈피한 시각은 쿠모오와 방을 바꾼 오전 2시 이후라는 게 확실해. 하지만 네가 말했듯이, 언제 고름이 흘러내릴지 모르는 상태에서 쿠모오를 죽이면 현장에 흔적이 남을 거야. 고름의 접착력으로 거미가 이동했기 때문에, 가짜 가죽을 이용해서 탈피한 것처럼 속였다는 것도 말이 안 돼. 따라서 녀석은 쿠모오를 죽인 범인이 아닐 거야."
히코보시는 말을 끊고, 비닐봉투에서 맥주를 꺼내 시원하게 들이켰다.
“그럼 누가 쿠모오 씨를 죽인 거죠?”
“서두르지 마. 네가 넨덴에게 말했듯이, 범인은 쿠모오와 넨텐 중 누구를 죽이려 했는지가 문제야. 범인이 쿠모오를 노렸다면, 방을 바꾼 사실을 알고 있던 넨텐일 가능성이 가장 높아. 하지만 이 가능성은 이미 부정했잖아. 따라서 범인은 넨텐을 죽이려 했던 거지.
하지만 트레일러를 세워 사람을 추락시키는 트릭은, 갓 탈피한 도마뱀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아. 왜 범인은 이런 어리석은 방법을 택했을까? 그건 넨텐이 도마뱀이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야."
“그런 사람이 있어요?”
“있지. 사건 전날 뻔뻔하게 후미후미 산에 와서 넨텐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붙잡혀 감옥에 갇힌 녀석 말이야.”
히코보시가 비웃듯이 웃었다. 노엘은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며 발끈했다.
"납득이 안 돼요. 왜 그 사람은 잘 알지도 못하는 넨텐을 죽이려고 했죠?"
“이런, 자백을 하려는 건가? 범인이 넨텐을 죽이려 한 건, 넨텐이 「수종된 원숭이」 단원이었기 때문이야. 넨텐이 범인의 표적이 된 건 맞지만, 넨텐만 노린 건 아니야. 범인은 수종의 원숭이 단원을 전부 죽이려고 했던 거지. 이 녀석은 모든 트레일러를 세워서 단원들을 전부 떨어뜨려 죽이려고 했어. 하지만 몇 가지 상황이 겹치면서 쿠모오를 제외한 다른 단원들을 죽이지 못했던 거야.
먼저 넨텐. 얘는 아까부터 설명했듯이, 갓 탈피한 넨텐의 몸에는 엄청난 양의 고름이 묻어 있어서, 트레일러가 세워져도 침대에 붙어서 움직이지 못했어. 방이 기울어도 깨어나지 못한 건 수면제를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이겠지.
다음은 리카와 칸치 지렁이 남매. 얘네들이 자는 침대에는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어. 아기인 칸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리카가 만든 거지. 이러면 트레일러가 세워져도 둘이 침대에서 떨어질 일이 없어. 칸치는 깼을지도 모르지만, 리카가 깨지 않은 건 역시 약 때문일 거야. 진통제 때문이겠지.
마지막으로 마루마루야. 얘는 다른 단원들과 사정이 달라. 도마뱀도 아니고 침대에 난간도 없으니까, 트레일러가 세워지면 떨어져 죽을 수밖에 없어. 범인은 단원들을 모두 죽이려고 했는데도, 이 녀석의 트레일러에는 손을 대지 않았어. 쿠모오와 면접하기 전에 말을 걸어준 게 좋았던 게 아닐까? 찐따 남학생이 지우개를 건네준 착한 여학생을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거지. 범인은 마루마루에게 설사약을 먹인 두 사람이 나가는 걸 보고, 그곳이 그녀의 트레일러라는 걸 알고 있었어.
더 반박할 건 없겠지? 넨텐이 도마뱀이라는 걸 몰랐던 범인은 바로 너야. 쿠모오는 이것저것 변명을 늘어놓지만, 사진을 뿌려서 리튬을 죽인 건 사실이잖아. 너는 복수심에 불타 「수종된 원숭이」들을 모두 죽이려고 했어. 쿠모오를 죽인 범인은 바로 너야."
히코보시는 한숨에 남은 맥주를 맛있게 들이켰다. 운전석의 남자도 흡족해하며 웃고 있다. 둘 다 노엘이 한 짓을 간파한 모양이다. 노엘은 엉덩이가 간지러운 듯 했다.
"맞아요, 제가 했어요. 하지만 제가 한 건 그게 다예요."
"알고 있어. 넌 아기를 새들의 먹이로 삼거나, 머리를 직접 깨부술 만큼 잔인한 놈은 아니잖아."
"······에?"
손바닥으로 입술을 닦으며 히코보시는 태연하게 말했다.
"쿠모오 씨 외에 다른 단원들을 죽인 건 누구예요?"
"그건 파티 때까지 기다려."
"대체 무슨 파티예요?"
"미팅 파티려나. 내 최고의 파트너를 너에게 소개해 주지."
"지금은 여기까지야. 이번에는 내 질문에 답해."
"예. 뭔데요?"
"너, 사건 당일 밤 감옥에 갇혀 있었잖아. 어떻게 밖으로 나왔어?"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건, 좀..."
"뭐야. 말해 봐."
히코보시는 캔 바닥으로 노엘의 가슴을 쿡 찔렀다.
"마루마루 씨가 자물쇠를 열어줬어요. 저와 헤어지고 방으로 돌아가 맥주를 마시려고 했는데, 희미한 악취가 났대요. 길잃은 개에게 맥주를 먹여 보니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고 하더군요."
"그 녀석, 식은땀 흘렸겠군."
"네. 그래서 제가 했던 말이 맞았다는 걸 깨닫고, 몰래 빚을 갚으러 온 거예요."
"그렇군. 그럼 네 살기등등한 마음도 사라졌겠어."
히코보시가 시트에 기대 쓴웃음을 지었다.
부끄러움을 감추려 창밖을 바라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마메마메 시 외곽의 인적이 드문 주택가를 십분 정도 달린 후, 운전석의 남자는 차를 세웠다.
그곳에는 흐릿한 크림색 아파트가 서 있었다. 도로에서 보기에는 불이 켜진 방은 없었다. 간판에는 「즈즈's Maison」라고 쓰여 있었다.
“자, 여기. 휘발유값과 택시비야.”
히코보시가 지갑에서 지폐를 꺼냈다.
“괜찮아요. 재미있는 자백을 들었으니 저는 만족해요.”
운전석의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그래? 네 평가를 받으니 영광이군.”
히코보시는 비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지갑을 챙겼다.노엘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히코보시에게 이끌려 아파트 현관으로 향했다. 콘크리트 벽은 낡아 보였고, 화단은 잡초 투성이였다.
"여긴 어딘데?"
"내 비밀 기지야."
히코시는 무심하게 말하며 미닫이 문을 열었다. 로비에 발소리가 메아리쳤다. 복도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자, 불이 켜진 방 하나가 있었다.
"여기서 뭘 하려는 거야?"
"홈 파티야. 내 최고의 친구를 소개해 줄게."
히코시는 자물쇠를 열고 문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최고의 친구라고?"
노엘은 방 안을 들여다보자마자 오줌을 찔끔 할 뻔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짙은 붉은색 후드를 뒤집어쓴 지렁이 소녀였다. 가슴에는 지렁이 아기가 안겨 있었고, 아기는 작은 팔로 소녀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다.
테이블 건너편에는 롱 코트를 입은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얼굴 여기저기에 아물어 가는 붉은 자국이 있었다. 옆에서 맥주를 들이키는 여자의 얼굴에는 물방울 무늬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유, 유령?"
리카, 칸치, 넨텐, 마루마루 네 사람이 동시에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히코보시에게 영감이 있다는 과거의 농담이 사실이었던 걸까.
몇 초간 정적이 흐른 후, 폭죽이 터지듯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말도 안 되지."
히코보시는 내 팔을 잡아끌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잘 들어. 넌 사루타 쿠모오를 죽였다. 이 자는 리튬의 사진을 퍼뜨려 자살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다. 네가 이 자를 죽인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찬사를 보낸다. 5억 점이다.
하지만 다른 단원들까지 죽일 필요가 있었나? 이들은 쿠모오에게 약점을 잡혀 인생을 망쳤다. 리튬의 죽음에 책임이 없을뿐더러, 리튬과 똑같은 일을 당한 피해자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들을 돕기로 결심했어."
"돕는다고요?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
"지혜를 써야지. 설령 「수종된 원숭이」가 해산된다고 해도, 얘네들이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마루마루는 돈을 빌린 사이비 종교 때문에 신도들에게 위치가 들키면 분명히 죽임을 당할 거야. 리카는 보험금 때문에 부모를 죽인 야쿠자에게 들키면 목숨이 없어. 옛 화족은 칸치의 존재가 알려지기만 해도 주간지 밥이 되는 신세고. 넨텐는 칠레에서 광산 개발을 하던 아버지에게서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았기 때문에 지난 3년 동안 열두 번이나 죽을 뻔했다지.
쿠모오를 죽였다고 해서, 이들을 지옥으로 보낸 거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 그래서 나는 이 수종에 걸린 원숭이 들을 일단 죽이기로 한 거야."
"일단 죽인다고요?"
"느려터진 놈이군. 똑같은 시체로 바꿔치기해서 죽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던 거야.  칸치의 시체는 미즈미즈 대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희생자인 지렁이 아기의 시체야. 엄마가 잡혀버려서 내가 화장장까지 시체를 옮겨야 했거든. 그래서 공짜로 가져다 쓴 거지. 온몸에 물지렁이가 붙어 있어서 얼굴만 봐서는 다른 사람인지 알 수 없었어. 남은 살점을 까마귀나 매에게 먹여서 그 숲에서 죽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단 말이야."
"그럴 리가 없어요. 그 시체를 유기한 건 넨텐 씨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이상하네. 왜 이런 곳에...'라고 말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잖아요."
"그건 칸치 얘기가 아니고, 참새 얘기를 한 거야."
넨텐이 입꼬리를 비틀며 웃음을 참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까마귀나 딱새는 포유류를 먹기도 하지만, 참새는 안 먹어. 걔네들은 벌레만 좋아하거든. 그래서 참새가 아기 시체에 다가온 걸 보고 저렇게 중얼거린 거야. 근데 아기가 죽은 이유를 듣고 납득했지. 참새가 아기 살을 쪼아먹은 게 아니라, 아기에게 달라붙은 지렁이 시체를 쪼아먹고 있었던 거야."
노엘은 "아"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도마뱀인 주제에 *버드워칭이 취미라니, 묘한 남자였다.

*버드워칭: 조류탐구


"그리고 두 번째. 마루마루처럼 보이게 한 건, 순직한 나의 동료 형사의 시체야. 이 녀석도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동료인 내가 몰래 화장장으로 옮기려고 했었지.
그 시체를 빌려서, 컨테이너 안에 굴려 넣어 둔 거야."
"그렇게 문신투성이인 형사가 있었어요?"
"없어. 물론 죽고 나서 새긴 거지. 내 친척 중에 문신 연습을 하고 싶어 하는 바보가 있어서 말이야. 그 녀석에게 부탁해서 물방울 무늬 문신을 새겨 넣었던 거야. 시체에 먹물을 넣는 건 처음이라며 좋아하더라.
물론 얼굴 자체는 바꿀 수 없으니까, 네가 잘 관찰하면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아챘을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얼굴의 약간의 차이는 물방울 무늬가 가려버리니까, 들킬 걱정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던 거지."
노엘은 문득, 컨테이너 안의 시체를 봤을 때, 어딘가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을 떠올렸다.
"그 동료는 혹시, 고양이 얼굴의 형사 아닌가요?"
"그래. 네가 즈즈단지 방에서 죽은 척을 하고 있을 때, 내 추리를 맞장구쳐주던 여자야. 그 여자도 죽어서 문신에 뒤덮여 산속으로 끌려갈 줄은 몰랐겠지.
세 번째. 리카처럼 보이게 한 시체는 츠보츠보 온천에서 죽은 지렁이 여고생의 시체야. 며칠 전 여관이 전소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우연히 현장에 있었거든. 2층에서 떨어진 시체를 옮겨서, 리카의 트레일러 현관에 던져 놓았지. 그리고 트레일러를 조금만 옆으로 옮기면, 쿠모오가 죽은 것과 같은 트릭으로 추락사한 것처럼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 벽에 부딪힌 것처럼 보이게 얼굴을 찌그러뜨린 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야. 거울을 깨서 시체 주변에 뿌린 건, 여자 고등학생이 창문을 깨고 뛰어내릴 때 파편이 박혀 생긴 상처를 속이기 위해서지."
유리 파편에 둘러싸인 소녀의 시체가 뇌리에 떠올랐다. 역시 그 거울은 위장하기 위해 깨진 것이었던 것이다.
"네 번째. 넨텐처럼 보이게 한 것도, 츠보츠보 온천에서 죽은 토카게 병에 걸린 남자의 시체야. 재떨이로 정수리를 깨부쉈기 때문에, 그대로 후미후미 산으로 옮겨 무대에 던져 놓았지. 마루마루와 마찬가지로 얼굴을 자세히 보면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아챘겠지만, 탈피 직후라 붉은 속껍질이 드러나 있었기 때문에, 얼굴의 차이를 눈치챌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어. 이 녀석은 손이 많이 안 가서 좋았지. 시체를 발견했을 때 네가 맡았던 자극적인 냄새는, 소독약인 마로킨이야. 쿠모오가 사용했던 소독약과는 관계없어. 이 남자는 벗겨진 피부에서 곰팡이균이 들어가지 않도록 항상 몸에 마로킨을 발라댔거든. 하수구에서 잡은 물고기가 냄새나서 못 먹는 것처럼, 오랫동안 배인 냄새는 지우기 어려운 법이지."

히코보시가 즐거운 듯 어깨를 들썩이자, 단원들도 껄껄 웃어댔다. 노엘은 동급생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초등학생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 식으로 속일 수 있는 건 저 혼자뿐이라고 생각하시는군요. 경찰이 드라마처럼 지문이나 치아 자국을 대조하면, 금방 진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이냐? 시체 중 두 개는 이미 서류상으로 화장된 것으로 되어 있어. 다른 장소에서 시체가 발견된다면 기괴한 현상이지. 비슷한 특징을 가진 시체가 발견된다고 해도, 경찰은 다른 사람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어. 나머지 두 시체는 둘 다 행방불명자들이라, 단장이 그들을 꼬드겨 극단에 넣었다고 하면 그만이지. 어찌 됐든, 이 녀석들에게 수사의 손이 미칠 일은 없다."
"그럼 왜 저에게만 사정을 알려주지 않으셨던 거죠?" 노엘이 입술을 삐죽이자, 히코보시는 더욱 웃음을 터뜨렸다.
"범인 역할이 필요했던 거야. 내 목적은 이 녀석들을 자유롭게 해주는 거라고. 그러려면 쿠모오만 죽이는 게 아니라, 세상이 이 녀석들이 죽었다고 믿게 만들어야 해. 경찰에게 가짜 시체를 발견하게 해서, 단원들의 시체라고 믿게 만들 필요가 있는 거지.
하지만 경찰도 바보는 아니잖아. 타살체가 있으면 범인을 찾으려고 할 거야. 시체를 다섯 개 굴려 놓는 것만으로는 시나리오가 성립되지 않아. 단원들을 모두 살해한 여섯 번째 사람의 흔적을 현장에 남겨 놓을 필요가 있었던 거야. 이 노에다라는 남자는, 수종에 걸린 원숭이를 마음속 깊이 증오했어. 숙영지에 난입해서 단장을 죽인 것이 가장 큰 증거지. 범인 역할로 이보다 더 적합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해서, 저에게만 숨길 필요는 없잖아요."
"그럴 수 없지. 바꿔 놓을 시체를 조달하는 것도 쉽지 않아. 얼마나 걸릴지는 운에 달렸지. 애초에 후미후미 산 숙영지는 결코 폐쇄된 곳이 아니야.
후미후미 마을 녀석들이 숙영지를 발견할 가능성도 있어. 시체가 갖춰지기 전에 경찰을 불러서, 섣불리 일본 처벌 기구의 감옥에 보내지면 웃음거리가 되겠지. 그렇게 되면 누군가를 범인으로 만들어 도망칠 수밖에 없잖아. 그래서 너에게는, 시체가 갖춰질 때까지 후미후미 산에 남아 있으라고 한 거야."

"저는 위험에 대비해 준비한 도마뱀의 꼬리군요."
"아니. 잘라내기 위해 준비한 도마뱀의 꼬리였지."
히코보시는 그렇게 말하고는 노엘의 어깨를 툭 쳤다. 칭찬인지 놀림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내가 자유로워진 건 네 덕분이야."
넨텐이 굵은 목소리로 연기를 내뿜으며 말하자,
"솔직히, 더 빨리 들킬 줄 알았는데."
리카가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설사약 얘기도 고마워."
마루마루가 팔꿈치로 넨텐의 배를 쿡 찌르며 말했다.
"하지만 말야, 나 할 말이 있어."
히코보시가 갑자기 눈썹을 찌푸리며 노엘에게 다가섰다.
"왜 쿠모오를 그렇게 간단하게 죽였어? 더 삶든지 굽든지 파헤치든지, 좀 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잖아."
"클레임은 나중에."
마루마루가 히코보시를 밀치며 맥주병을 내밀었다.
"일단 건배. 약속대로 내가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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