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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가타의 시체는 두 달 만에 다 먹어치웠다.
냉동고에는 '부모 원숭이'와 '새끼 원숭이' 시체만 남았다.
"곧 다 끝나겠네."
방에 들여다본 알라딘이 냉동고의 빈 공간을 보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카메라를 돌리고 싶어지네. 네가 마지막 고기를 먹는 장면, 잘 팔릴 것 같아. 제목은 '*사투르누스의 원숭이 흉내'."
*사투르누스: 로마 신화 속 사투르누스가 자신의 아이를 삼킨 것에서 유래됨.
"정말이에요?"
"아하, 농담이지. 넌 내 은인이잖아."
알라딘은 잇몸을 드러내며 웃더니, 뼈가루가 섞인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창고를 나섰다.
나는 혼자, 창고의 침대에 앉아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침대에서 내려와 냉동고를 열고, 비닐봉투에 담긴 '부모 원숭이'의 시체를 꺼냈다. 아기를 업는 자세처럼 부엌으로 향했다. 미리 깔아둔 비닐 시트 위에 시체를 눕혔다. 봉투를 열면서, 순간 얼굴을 돌리고 싶어졌다. 썩은 생선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숨을 참고 '부모 원숭이'를 바라봤다. 피부가 하얗게 변색되어 있었고, 설탕 알갱이 같은 얼음이 달라붙어 있었다. 목에는 희미하게 목을 조른 흔적이 보였다.
심호흡을 하고, 양손에 들고 있던 큰 칼을 꽉 쥐었다. 두 다리로 시체를 누르고, '부모 원숭이'의 목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얼음이 튀어 오르고, 칼날이 살에 박혔다. '부모 원숭이'의 입이 열리면서 목젖이 보였다. 두 번, 세 번 칼을 휘두를수록 칼날은 목 깊숙이 파고들었다. 칼에 무게를 실어 내리치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목이 잘려 나갔다.
잘린 머리가 굴러다니다가 엉덩이에서 뻗어 나온 '꼬리'에 부딪혀 멈췄다. 출산 전에 항문에 밀어 넣었던 것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모양이다. 죽은 뒤 근육이 이완된 탓일까. 나는 손가락으로 마른 '꼬리'를 쓰다듬었다.
침을 꿀꺽 삼켰다.
'꼬리' 끝에서 15센티미터쯤 떨어진 곳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구멍?
그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설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거실에서 아기의 시체를 발견했던 장면이 다시 뇌리를 스쳤다.
내가 카라사와를 내쫓고 거실로 돌아왔을 때, 오마루는 새하얀 베개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하지만 아기의 목에 박힌 볼펜은 피투성이였을 터였다. 볼펜으로 아기를 찌른 후에 베개를 안았다면, 베개에도 피가 묻어 있어야 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었다.
깨달아 보니, 놀라울 정도로 간단한 일이었다. 오마루가 아기를 죽였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왜 아기의 목에 볼펜이 박혔을까? 단 하나 남은 가능성이 있었다.
오마루가 임신 5개월쯤 되었을 때, 달력에 × 표시를 하려고 펜을 찾다가 한참 헤맸던 적이 있다. 다음 날 서랍에서 발견했지만, 그때도 이상하다 싶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둘 다 같은 이유로 설명이 된다. 오마루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성기를 비벼대던 아이였다. 그날도 펜을 항문에 넣고 자위를 했던 것이다.
위패를 항문에 넣고 잊어버릴 정도로 정신이 나갔던 걸 보면, 볼펜을 항문에 넣고 잊어버렸어도 이상할 게 없다. 임신 5개월 때 내가 말해서야 겨우 기억하고 슬쩍 서랍에 넣어두었던 것이다. 다음 날 달력에 × 표시를 하려고 했을 때 똥 냄새가 났던 건, 펜이 하루 전까지 직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산 직전에는 항문에 펜을 꽂은 채 몰랐던 것이다. 당시 오마루는 거의 절식 상태였기 때문에 화장실에 갈 일도 없었다.
그리고 출산 당일을 맞이했다. 내가 장을 항문으로 밀어 넣었기 때문에 볼펜도 함께 몸 안으로 들어갔다. 진통이 시작되어 힘을 주었을 때, 볼펜이 장벽과 양막을 뚫고 아기의 목에 박혔던 것이다. 평소라면 장기가 찢어지는 고통에 깨달았겠지만, 이미 진통이 시작된 상태였기 때문에 고통이 가려졌던 것이다.
나는 맹렬한 어지럼증을 느끼고 몸을 웅크렸다.
아기는 살해된 게 아니다. 오마루의 몸 안에서 일어난 사고로 치명상을 입은 거다.
–—조금이라도 소리 내면, 너도 아기도 죽여 버린다.
그렇게 말을 들은 오마루는, 한 마디도 내지르지 않고 아기를 낳았다. 아이의 목숨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오마루를 지탱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기는 울음소리를 내지 못했다. 아기가 나왔을 때, 목에는 이미 볼펜이 박혀 있었던 거다. 게다가 나는, 오마루가 아기를 죽였다고 착각하고, 오마루를 죽여 버렸다.
속이 뒤집혀 토할 것 같았다. 나는 부엌 바닥에 토를 했다. 오마루의 잘린 머리에 토가 튀었다.
"시끄러워. 거래 중인데."
계단을 내려온 알라딘이 문을 열고 말했다.
"뭐 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역시 못하겠습니다."
나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알라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더 이상 못 먹겠습니다."
"그럼, 죽여버릴까? 괜찮겠어?"
알라딘은 재킷에서 권총을 꺼내 내 얼굴을 향했다. 심장이 가슴을 쿵쿵 치는 소리가 들린다.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헤에. 뭐지?'
"이 녀석들을 제대로 묻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나는 목이 메어 말했다. 알라딘은 여전히 총을 겨눈 채 서 있었지만, 잠시 후 픽 웃었다.
"정이 들었나?"
"그건⋯⋯."
총성이 울렸다. 충격과 함께 몸이 뒤집히며 뒤통수를 바닥에 부딪혔다. 얼굴이 불에 타는 듯 뜨겁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자, 볼에 구멍이 뚫린 것이 느껴졌다.
"기억났어. 오마루는 처음 여기에 왔을 때부터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다고 했었지. 그 꿈을 이뤄주려고."
알라딘은 즐거운 듯 말하며 문 밖으로 사라졌다. 계단을 뛰어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창고에서 탈출할 절호의 기회지만, 극심한 고통 때문에 몸을 일으킬 수조차 없었다.
"기다리고 있겠어."
1분 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알라딘은 품에 아기를 안고 있었다. 호두 같은 눈동자가 냉동고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알라딘은 대답 대신 권총으로 내 배를 쐈다. 격렬한 고통과 함께 배꼽 아래에서 따뜻한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역시 아기는 팔리지 않을 것 같아서. 너와 새끼원숭이를 갈아서 이 아이에게 먹이려고."
시야가 빙글빙글 돌았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러면 둘 다 똥으로 하나가 될 수 있잖아? 해피엔드!"
심장 소리가 요란하다. 고통 때문에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누군지 알아?"
알라딘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얼굴을 들어 아기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멈췄다.
아기는 눈과 코를 찡그리고 다루마처럼 동그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아기는 오마루와 똑 닮았다.
"내가 눈치채지 못했더라면, 이 아이는 오마루 뱃속에서 말라버렸을 거야."
그 순간, 파도가 썰물처럼 몸에서 고통이 사라졌다.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다. 배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나오는데, 마치 남의 몸을 보고 있는 듯한 이상한 감각이 들었다.
"젖까지 주다니, 나는 참 친절하군."
알라딘이 아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다시 권총을 겨눴다. 순간 몸을 비틀어 알라딘의 오른쪽 다리를 물어뜯었다. 알라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뒤로 나자빠졌다. 권총이 바닥을 미끄러져 침대 밑으로 사라졌다.
허둥대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도구는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부모 원숭이'에게 달려들어 바싹 마른 '꼬리'를 양손으로 꽉 쥐었다.
"깜짝 놀랐네."
알라딘이 상체를 일으키려고 한다. 나는 '꼬리'를 든 채 알라딘에게 올라탔다.
"잠깐, 뭐하는거–—"
발버둥 치는 알라딘의 목에 '꼬리'를 감았다. 손에 묻은 피 때문에 잘 잡히지 않았다. 알라딘은 고통스러워하며 발을 허우적거렸다.
"그만하라고!" 알라딘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칼을 집어 들고 내 오른손을 찔렀다. 손에서 '꼬리'가 놓였다.
"병신, 죽어."
알라딘이 헐떡이며 숨을 들이쉬고 칼 끝을 내게 향했다. 곤란하다. 허겁지겁 상체를 뒤로 젖혔더니, 칼끝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더 이상 무기가 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알라딘의 어깨에 걸린 '꼬리' 끝에서 뾰족한 것이 보였다. 저거다!
순간적으로 '부모 원숭이'의 잘린 머리를 잡아 알라딘의 얼굴을 향해 내던졌다. 퍽 소리와 함께 알라딘이 쓰러졌다.
나는 알라딘 위에 올라타 왼손으로 '꼬리' 끝에서 튀어나온 것을 잡아 알라딘의 목에 찔러 넣었다. 알라딘이 개구리처럼 울부짖었다.
나는 무아지경으로 목에 박힌 것을 빙빙 돌렸다. 아기의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린다. 알라딘이 귀신 같은 얼굴로 상체를 일으키려 하자, 오히려 끝이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윽!"
알라딘은 피를 쏟아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배에 난 상처를 눌렀다. 옆을 보니 아기가 엉엉 울며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이제 괜찮아."
피투성이 손으로 아기를 끌어안았다. 지상으로 통하는 문은 열린 채였다. 이를 악물고 천천히 허리를 일으켰다.
발밑을 보니, 알라딘의 목에 피투성이 샤프펜슬이 깊이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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